3) 독서보다 오래 남은 것
【함께읽는기록】그 침묵이 어색하지 않았고, 대화를 더 이어가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오늘도 같이 읽었습니다
아이와 책을 읽으며 남긴, 오늘의 기록입니다.
책을 덮고 나서 무엇을 남길지 잠시 멈춰 생각했습니다.
줄거리도, 어떤 장면이 좋았는지도 떠올랐지만 이상하게 그날은 책보다 한 문장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기억에 남은 아이의 한마디
아이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잘하려고 해서 더 힘들었을 것 같아.”
아주 짧은 말이었고 조금은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그 문장이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아이의 말은 책 속 인물을 향해 있었지만, 그 순간 나는 나 자신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의 나의 감정
예전 같았으면 아이의 말을 곧바로 정리해줬을지도 모릅니다.
“맞아, 그래서 이런 의미야.”
“그 장면은 이런 교훈이 있는 거지.”
하지만 오늘은 그 말이 내 안에 닿는 느낌을 조금 더 느끼고 싶었습니다.
잘하려고 애쓰느라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순간들,
아이와의 독서에서도 자꾸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한마디가 설명보다 먼저 와 닿았습니다.
예전과 달라진 나의 반응
예전의 나는 아이의 말에 의미를 붙이려 했고, 정답에 가깝게 다듬어주려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느꼈구나.”
그 말 한마디만 남기고 잠시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 침묵이 어색하지 않았고, 대화를 더 이어가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오늘의 기록
오늘 독서에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책의 내용이 아니라 아이의 시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선을 바로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한 나의 태도였습니다.
책은 다시 덮였지만, 그 한마디는 오늘 하루 내내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