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같이 읽었습니다.

1)오늘도 같이 읽었습니다, 그 한 문장을 쓰기까지

얼마나 읽었는지가 아니라 함께 있었는지를 남기기로 했어요.

Gaeun
Gaeun Jan 26, 2026

오늘은 많이 읽지 못했습니다.

책장을 몇 장 넘기다 말았고, 아이와 나눈 대화도 길지 않았어요.

그래도 저는 이 문장을 남깁니다.

오늘도 같이 읽었습니다.

이 말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어요.

읽은 것도 별로 없고, 뭔가 배운 것 같지도 않은데 ‘읽었다’고 말해도 되나 싶어서요.

 
 

처음에는 저도 그랬습니다.

책을 끝까지 읽은 날, 아이와 대화가 잘 이어진 날만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잘한 날만 쓰고 싶었고, 뿌듯한 날만 적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날은 자주 오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날은 계획한 만큼 읽지 못했고, 질문을 던져도 아이는 고개만 끄덕이거나 “몰라”라고 대답했어요.

그러다 보면 오늘은 기록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은 책을 펼쳐 놓고 각자 다른 페이지를 보고 있었습니다.

아이도, 저도 말이 없었어요.

 

그날도 기록을 건너뛸까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책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었구나.

그 순간부터 기록의 기준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얼마나 읽었는지가 아니라 함께 있었는지를 남기기로 했어요.

 
 

‘오늘도 같이 읽었습니다’ 라는 문장은 잘 읽은 날을 자랑하기 위한 말이 아닙니다.

끝까지 못 읽은 날에도, 대화가 이어지지 않은 날에도, 그래도 자리를 지켰다는 표시 같은 문장입니다.

잘해서 남기는 기록이 아니라 했기 때문에 남기는 기록.

이 문장이 이 블로그의 이름이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곳에는 완벽한 독서법도, 정답 같은 교육 이야기도 많지 않을 거예요.

대신 아이와 함께 읽다가 멈춘 날, 질문이 떠오르지 않았던 날, 괜히 마음이 급해졌던 날의 기록이 남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날에도 “그래도 괜찮았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써 내려가 보려고 합니다.

 
 

혹시 지금 독서를 시작하고 싶지만 자꾸 중간에서 멈추고 있다면, 오늘 많이 읽지 못했더라도

아이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이 블로그는 그런 하루 들을 모아두는 공간입니다.

 
 

오늘도 같이 읽었습니다.

그 한 문장을, 오늘은 여기에서 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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